아버지의 지갑....

아버지의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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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또 용돈을 주려 할 때.
그때 아버지는 외로운 거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라서 자식이 크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할 때가 많다.

어머니는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지만,
아버지는 기분이 좋을 때 용돈을 준다.
아버지가 평소보다 용돈을 많이 줄때,
아버지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한 아버지가
용돈을 주면서 "넌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물어볼 때, 아버지는 외로운 거다.

지난밤 과음한 탓에 아침에 늦게 일어나
허둥지둥 출근을 할 때 아버지는 종종 어제 벗어둔
양말을 다시 신고 나갈 때가 있다.
그 때 보이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참으로 쓸쓸하다.

자식들이 무심코 "아버지, 발 냄새 나요!"하며 코를 잡을 때
아버지는 웃거나 하지만, 사실 아버지는무안한 거다.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평소보다 더 열광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응원할 때, 아버지는 외로운 거다.

피곤하다고 휴일에 하루 종일 집에 앉아
지난 신문만 뒤적거리고 있을 때,
사실 아버지도 자식의 손을 잡고 햇살 좋은 공원을 걷고 싶은 거다.

하지만 아버지는 한 주, 한 주를 견디며 산다.
지켜야 할, 책임져야 할 가족의 무게로 아버지의
두 어깨는 지치고 힘들다.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와 곤히 자고 있는 딸의 볼에 얼굴을 부빌 때,
아버지는 하루 종일 딸이 보고 싶었던 거다.

따가운 수염이 드문 드문 난 얼굴에, 술 냄새를 풍겨도
그 순간 아버지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따뜻하다.

딸아이가 잠에서 깨어 몸을 뒤척이면서
"아휴, 술 냄새"하며 귀찮아 해도
아버지는 딸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다.

아버지는 딸아이의 시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꺼내본다.

그리고는 은근히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내 딸아이 참 귀엽죠:"

그렇게 아버지는 딸아이가 보고 싶을수록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아들 친구의 아버지가 자신보다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아버지는 외롭다.

친구가 멋진 휴대폰을 자랑하며 들고 다닌다고
아들이 투정을 부릴 때 아버지는 화를 내지만 사실은
더 비싼 휴대폰을 사주고 싶은 거다.

자식이 사달라는 것을 돈이 없어서 사주지 못할 때,
아버지의 마음은 작고 초라해진다.
그럴 때 아버지는 통장 잔고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아버지가 평소와는 달리 와인과 장미꽃을 사들고 귀가할 때,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오랫동안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아버지는 하루 종일 어떻게 어머니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메마르고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아버지는 다만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렸을 뿐이다.

다만 아버지는 늘 아들에게 존경받는
아들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싶을 뿐이다.

그렇기에 자식들에게 고리타분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
아버지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성묘를 가서 아버지가 자꾸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이름을
자식들에게 알고 있느냐고 물을 때,
아버지 당신도 당신의 아버지가 많이 그리운 거다.

자식들에게 어렸을 때는
못 입고 못 먹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아버지는 그 시절의
당신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다만 그리운 거다.
아버지에게도 아버지가 있었고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은연중 말하고 싶은 거다.

어느날 모처럼 일찍 귀가한 아버지가
가족 회의를 하자며 부산을 떤다면,
아버지는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다.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많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술친구들이 아니라, 회사 동료들이 아니라, 사실은 가족인 거다.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가족인 거다.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가 갑자기
"우리 내일 가족 사진 찍으러 갈까?" 하면 아버지는 외로운 거다.

한참 말도 없이 티브이를 보다,
우리도 가족 사진 하나 남겨야 하지 않겠어, 한다면
아버지는 스스로 잘못 살아왔는지 모른다고,
어쩌면
자신은 좋은 아버지가 아닌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다.

돈 버느라 바빠 제대로 된 가족 사진 하나 찍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거다.

그렇게도 열심히 일한건 모두 가족을 위해서였는데,
어느날 문든 가족을 잃었다고 아버지는 느낀다.

그럴 때 아버지는 거실 벽에 단란하게 찍은
가족 사진 하나를 걸어두고 싶은 거다.

Comments

化朗
오...emoticon_005 
샤이닝
아..... 
★쑤바™★
으헐헐.. 
편지다발
고집하는 방식과 표현하는 종류가 다를 뿐,,,
외로움과 사랑을 느끼는 감정은 누구나 똑 같은거 같습미다,,
가족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글을 보니 가슴이 좀 뭉클하네요,, 
아켄
emoticon_007 
..........
^^; 
사탄^^
아바마마~ emoticon_008emoticon_008emoticon_008emoticon_007 
숑숑
무뚝뚝하고 잔소리만 느신 우리 아부지...
오늘은 모든일 취소하고 친정에 가야겠네요....
아빠~ 오늘은 애교도 부리는 막내가 될께요... 
찰리신^.^~
다들안녕하세요(_ _)좋은하루되세요^.^~ 
명랑!
아부지~~emoticon_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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